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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5/6

아말피 코스트 기행 1. 소렌토

<빌라 코뮤날레 정원에서 바라본 지중해>


사람들은 여행이란 왜 하는 것이냐고 묻는다. 언제나 충만한 힘을 갖고 싶으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여행이란 아마도 일상적 생활 속에서 졸고 있는 감성을 일깨우는 데 필요한 활력소일 것이다.

- 장 그르니에, <섬> 중

이탈리아 일주의 마지막 여정, 그 입구 ‘소렌토'
마지막 일정은 아말피 코스트(Amalfi Coast)라고 불리우는 곳이었다. 세계에서 3대 미항이라는 나폴리에서 더 남쪽으로 해안을 따라 달리면 왼쪽으로 베수비오 화산을 지나쳐 오른쪽으로 직각에 가깝게 툭 튀어나온 소렌토 반도(Sorrento Peninsula)가 등장한다. 반도 해안을 따라 그 유명한 해안도로가 이어진다. 가는 내내 자동차의 오른편으로는 쪽빛 테레네해가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도록 투명하게 어른거렸고, 간간히 떠있는 구름 마저 없었다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구분할 수 없었을 하늘은 더욱 깊이감을 더하며 펼쳐져있었다. 아기자기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안도시들인 포지타노(Positano), 프라이아노(Praiano), 아말피(Amalfi), 아트라니(Atrani), 라벨로(Ravello) 그리고 살레르노(Salerno)가 진주 목걸이처럼 반도의 해안선을 따라 죽 늘어서 있다. 반도의 북면에 위치한 소렌토를 지나 남쪽면에서 시작되는 아말피 코스트 해안도로는 죽기전에 방문해야 할 드라이브코스로 꼽힌다.

구비구비 이어지는 해안도로에 오르기 전, 소렌토 반도의 북안(北岸)에 위치한 레몬의 도시 소렌토를 잠깐 방문했다. 세이렌(Siren)의 땅이라는 의미로 로마인들은 이 도시를 수렌툼(surrentum)이라 불렀다. 이탈리아어로 시레나(Sirena)는 인어를 부르는 말로 인어들이 지나가는 뱃사람들을 달콤한 노래로 넋을 잃게 하여 바다에 빠지게 했다는 전설의 땅이다. 율리시스가 세이렌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돛대에 묶었던 곳, 그리고 유명 가곡 ’돌아오라 소렌토로(Torna a Surriento)’가 작곡된 곳으로 유명하다. 

<타소 광장에서 바라본 해변가는 길>


<빌라 코뮤날레 정원의 한가로운 모습>

<소렌토 해변, 모래사장이 없기 때문에 여름이되면 인공으로 만든 구조물에 파라솔이 가득해진다>


소렌토 방문의 핵심은 유명한 타소 광장에서 바라보는 바닷가로 가는 길과 빌라 코뮤날레(Villa Comunale)이다. 해변에 면해있는 이 빌라는 소렌토 해변의 절경이 다 내려다 보이는 높은 곳에 위치해있으며 그곳의 정원에서는 바이런(Byron), 괴테, 롱펠로우(Longfellow)가 머물며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도시 어디에나 가득한 오렌지, 레몬향과 정원에서 바라본 바다빛은 아말피 코스트 여행의 서곡(序曲)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바다가 바라보이는 직각 암벽 위에 세워진 이 도시의 모습을 괴테는 ‘지극히 아름다운 빛을 띤 암벽’이라 불렀다. 아름다운 정원과 이 곳에서  바라본 지중해와 저멀리 오른편에 보이는 나폴리, 베수비오 화산의 절경을 보기위해 수많은 여행자들이 모여 같은 마음으로 각기다른 감탄사를 토해냈다. 정원을 지나 지금은 예술학교로 사용되는 빌라 코뮤날레의 중정(中庭)에 발걸음이 이르자 수백년의 응축된 시간 속의 이야기, 음악, 애환 등을 머금은 공기와 냄새가 모든 신경을 마비시켜 마치 꿈속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들게했다. 
이곳에서 머문 예술가들은 이 공기 속에 가득 떠다니는 어떤 영감 하나를 낚아채 자신의 작품을 완성한 것이리라... 


<빌라 코뮤날레의 중정(中庭)>


<오르골 박물관에 전시된 물품들>

예술학교 3층엔 오르골 박물관이 위치해있었다. 오르골이라고 하면 어린아이의 잠투정 상대거리리라 예상했것만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단조로운 장난감의 수준을 훌쩍 넘어 각양각색의 모양과 복잡한 기계장치, 장인의 손길에 경탄할 수밖에 없는 외관을 가진 작품들이 가득했다. 금속으로 된 LP판 모양의 얇은 원판을 기기에 얹고(모양도 턴테이블과 비슷했다), 태엽장치를 작동하면 음반의 천공들이 퉁겨지며 상상할 수 없는 맑고 아름다운 음악이 연주되었다. 

<오르골 연주>

음악을 들으며 눈 앞의 테레네해를 바라보니 신화의 시대에 소렌토 앞바다에서 선원들을 홀리던 세이렌들의 노래를 지금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다시 출발하기에 앞서 3대를 이어 소렌토 땅에서 자란 레몬으로 만든 사탕을 파는 가게에 들렀다. 주인장은 연신 자기 가게 제품들에 대한 자랑을 떠벌리며 이것저것 맛보기를 권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손에 들려진 비닐봉투에는 레몬으로 만든 다양한 간식거리들이 가득 담겨있었다. 남자 여자를 막론하고 소렌토 사람들은 모두 세이렌의 피를 이어받은게 아닌가 하는 허튼생각을 하며 자동차에 시동을 걸었다.

<소렌토에서 가장 유명한 사탕가게>